수 많은 정보의 폭력 속 하루 하루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어려서부터 자주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무한 경쟁사회 속 잔인한 절대평가가 휘두르는 칼 춤을 요리조리 피하며 내가 누구인지 조차 잊은채 정해진 공정에 맞춰 가공되고 출하된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 생각만큼 크게 성공하지 못한 나를 발견한다. 지난 날의 행적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세상 탓 하기 일쑤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픈지 정도는 아주 가볍게 치부하고서 말이다.
이 속에서 우리는 '나'를 잊어간다.
어려서부터 스스로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지 못했고 다수가 정해주는 길이 정답이라 여기며 모두가 일단 한 곳을 향해 간다. 설사 나와 맞지 않는 길이라도 할 지언정 그것은 크게 중요한게 아니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가진 자산이 100억대 부자도, 가진 거라곤 학자금 대출이 전부인 우리들도 예외란 없다.
장례식장에 가게 되면 고인을 위해 꽤나 울어주는 분들이 있다. 물론 고인과의 추억과 헤어짐이 아쉬워 슬픔을 금할 수 없는 심정은 백 번 천 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죽음을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 치부하진 않았는지, 나는 천 년 만 년 살 것 처럼 떠나간 고인을 감히 가여워 하진 않았는지,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걸 잠시 외면하진 않았는지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 이라고. 뿐만 아니라 잡스는 '곧 죽는다' 는 가정은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고 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죽음' 앞에서는 모두 떨어져 나가고, 정말로 중요한 것들만 남기기 때문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이라고.

다시 돌아와서 모두가 죽는 이 유한한 삶에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것들을 놓치 못해 스스로를 갉아 먹을까. 지나간 나의 흔적 모두가 나인 것을 인정하지 않은채 보여지는 삶에 혈안이 되어 정작 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는건 아닐까?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기도 짧은 시간인데 말이다.
얼마 전 이동진 평론가님이 한 이야기가 와 닿았다.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이 원숭이를 사냥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숭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야자열매나 항아리 속
저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넣어 두고는 숨어서 지켜본다.
이를 본 원숭이는 구멍에 손을 넣고 움켜 쥐는데, 먹이를 쥔 손 때문에 빠지질 않는다. 손에 쥔 먹이를 놓으면 될 것을 움켜 쥐고 놓지 않으니 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먹이가 너무 좋은 원숭이는 원주민이 올 때까지 먹이를 움켜쥔 손을 놓지 않아 결국 잡히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때로는 이 꽉 움켜진 무언가에 대한 나의 욕심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가치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어떤 인생의 새로운 기회는 때때로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았을 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 기회를 이 욕심 때문에 잃는 과오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많은 걸 내려놓고 나를 스스럼 없이 사랑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 부터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임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모질도록 나 답게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삶#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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