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덴마크 코펜하겐 5월의 기록

만년홍사원 2026. 6. 13. 13:32

그간 직장 때문에, 여행으로 나름 많은 대륙과 나라들을 경험했다고 생각했지만, 덴마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감을 나에게 주었다. 그저 북유럽의 복지 국가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정말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INC - LHR - CPH

이번이 덴마크 코펜하겐 두 번째 출장이다. 운이 좋게도 2025년 10월, 2026년 5월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다. 가을의 코펜하겐도 너무 매력적이었는데, 5월의 코펜하겐을 먼저 기록해 보려 한다.

LHR Airport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직항이 있지만 대한항공 국적기 탑승과 마일리지 연계를 위해 인천-런던 히드로-코펜하겐 발 비행기를 예약했다. 런던 히드로 공항 내부에는 엄청 큰 루이비통 매장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나머지는 인천공항 압승이다. 세계 여러 공항들을 가봤지만 인천공항에 견주할 만한 곳은 터키 이스탄불 공항 정도였던 것 같다. 

코펜하겐 Comfort Hotel

 

Comfort Hotel 조식

집에서 나온지 24시간 만에 목적지인 코펜하겐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간단히 조식을 먹고 비오는 코펜하겐의 첫날을 시내를 둘러보내며 보내기로 했다.

비오는 코펜하겐
호텔 옆 샌드위치 가게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상은 일단 자전거가 많다. 덴마크 나라 자체가 지형이 평평하여 산이 거의 없다. 특히나 코펜하겐은 이러한 지형적 이점 덕분에 자전거를 타는게 너무나 편리하다.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있고, 자전거 별도 신호도 있을 정도로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이다.

도시 자체도 크지 않다. 인구는 65만명 수준으로 대한민국 부산의 1/5수준이다. 면적 역시 서울의 1/3 수준으로 한 나라의 수도이지만 중형 도시 수준으로 매우 잘 정돈된 컴팩트한 도시이다.

코펜하겐 레고 매장

덴마크는 레고의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32년 덴마크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Christiansen)이 설립한 완구 회사이다. LEGO라는 이름은 덴마크어 'Leg Godt(잘 놀다, Play Well)'에서 유래했으며, 세계 최대의 블록 완구 회사로 성장했다. 잠깐 들어가봤지만 가격이 너무 살벌해서 살수가 없었다.

코펜하겐 시청 내부

길을 걷다 코펜하겐 시청 광장을 봤고, 시청 내부 관람이 무료라 들어가봤다. 덴마크는 자국 국기를 사랑한다. 어느 거리를 가도, 식당을 가도 덴마크 국기가 걸려있는 것을 쉽게 볼수 있다. 재미난 사실은 덴마크 국기는 8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기이다. 이 덴마크 국기를 시작으로 북유럽 십자가 국기들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국기 등을 보면 십자가 형태가 비슷하다.

비오는 코펜하겐 뉘하운

코펜하겐은 덴마크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수도로, 발트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 덕분에 오랫동안 해상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코펜하겐의 대표 명소인 '뉘하운(Nyhavn)'을 방문했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카페가 해를 머금고 아름다운 빛을 자아냈겠지만 그래도 운치있다. 이 곳은 17세기에 조성된 운하 항구로, 과거에는 전 세계 상선과 선원들이 드나들던 무역항이었다. 

덴마크 왕궁 Amalienborg Palace
왕실 근위대

덴마크는 아직 명실상부한 왕이 있는 입헌군주국이다. 왕실이 있지만 의회가 입법과 정부 감시하고, 국무총리가 국정을 운영한다. 왕은 덴마크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  

덴마크 대표 핫도그 Steff Houlberg

코펜하겐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Steff Houlberg'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핫도그 브랜드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덴마크식 핫도그 문화의 상징 중 하나다.  덴마크 물가를 상상하면 길거리 음식인 이 핫도그가 상당히 가성비 있다. 핫도그 하나에 35~50 DKK 정도인데, 2026년 기준 환율(1DKK = 220원)을 적용하면 약 7,700원~11,000원 수준이다. 한 번 시도해 보고싶었으나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펜하겐 대표 관광지 인어공주 동상

핫도그를 생략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이곳에 다달았다. 평소 인어공주나 동화 특히 디즈니 관련 에니메이션에 큰 관심이 없던터라 안가도 그만이었지만 걷다보니 이곳까지 왔다. 대표 관광지 답게 사람들이 많았고, 인어공주 동상이 바다 인근 덩그러니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로젠보르크 성
로젠보르크

코펜하겐 도심에 위치한 로젠보르 성이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이 성은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덴마크 왕실의 왕관과 보물이 전시되어 있다고 했으나, 내부로 들어가려면 입장권 구매가 필요했다. 주변에 공원이 잘 구성되어 있어 산책하며 멀리서나마 웅장함을 접했다. 

코펜하겐 시내의 도로

코펜하겐에는 또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길거리에 가로등이 없다. 모든 등들이 사진처럼 공중에 메달려 있고, 이 조명들을 메달기 위해 각 건물과 건물에 연결된 와이어를 볼 수 있다. 낮에는 먼가 정신 사나워 보이긴 했지만 밤에 보면 왜 이도시가 그토록 이 조명 방법에 집착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도로와 인도가 은은한 주황 빛으로 물든다.

그리고 덴마크에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흰색' 주광색 조명이 거의 없다. 모든 조명들이 '전구색' 빛을 띄고 있고 너무 밝음을 선호하지 않는 듯 하다. 덴마크 회사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여기 사람들은 '휘게(Hygge)' 문화가 있는데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체질적으로도 '파란 눈'을 가진 인종이라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여 밝은 빛에 유독 눈이 불편하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덴마크는 촛불 등과 전구색 따뜻한 조명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호텔에서 바라본 밖 07:00 AM
아침 햇살이 만들어낸 작품

5월의 덴마크는 꽤 쌀쌀했다. 가벼운 외투를 챙겨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아침 저녁으로는 10도 안팎에 낮 최고 기온은 20도 안팎이었다. 일교차도 제법 있었고 어떤 날에는 25도까지 올라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코펜하겐은 백야 지역은 아니지만, 5월 말부터 낮 시간이 크게 늘어나 밤 9~10시까지도 밝은 하늘을 볼 수 있다. 일출은 새벽 5시 정도면 밝아졌던 것 같다. 이 덕에 5~6월의 코펜하겐은 하루를 더욱 길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기간으로 추천된다.

얼어죽어도 야장

북유럽의 겨울은 혹독하다. 어둡고 춥고 해가 잘 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른 계절에서 해가 보이면 최대한 누리려 하는 것 같다. 날씨가 춥던 덥던 이들은 야장을 선호한다. 커피도 맥주도 음식도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로컬 식당
덴마크 전통 음식 체험

로컬 식당을 방문하여 이 지역의 음식을 먹고싶었다. 덴마크 하면 오픈 샌드위치가 유명하지만그 외에도 지역 음식들이 꽤 있다. 그 중하나가 절인 청어와 고기 튀김(?) 돈까스 같은게 있다. 맛은 먹을만 했고 절인 청어는 겨자 소스의 톡쏘는 맛과 시큼 쿰쿰한 청어가 이상하게 어울려 뒷 맛이 있다. 묘하게 매력있는 음식인 듯 하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데니쉬들

덴마크 인들 데니쉬들은 자전거를 사랑한다. 자동차를 타고다니는 것 보다 자전거를 타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원하는 목적지 까지 갈 수 있다. 오르막 내리막이 없어 자전거 타기에 더할 나위 없다. 워라밸도 중요시하게 생각하여 대부분 2시 3시 면 직장에서 퇴근을 한다. 직장 문화도 재택근무와 시차 근로제 등이 활성화 되어 있어 우리나라 처럼 근태 관리에 시달리는 일이 거의 없다.

퇴근 후 삶을 즐길 줄 아는 덴마크

햇살 좋은 날 이른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맥주 펍을 가거나 공원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후를 보낸다. 일찍 퇴근하는 만큼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에 못본 햇살을 남은 계절에서 마음 껏 즐긴다. 출퇴근에 선글라스를 착용한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북유럽 사람들을 보면 화보가 따로 없다.

오후 5시 코펜하겐
코펜하겐 가솔린 버거

퇴근 하고 저녁으로 가솔린 버거를 갔다. 뭐 맛은 기존 수제 햄버거 브랜드와 비슷한 맛이 난다. 인상적이었던 건 감자튀김이었다. 큼지막한 감자 위로 뿌려진 말돈 소금 같이 비정형화된 소금 형상들이 입 안에서 으깨져서 감자와 환상적인 맛을 자아냈다. IPA 맥주와 함께.

로젠보르크 성 인근 공원 '킹스파크'

햇살이 좋은 날 로젠보르크 성을 다시 찾았다. Dongkey 자전거를 빌려 쉽게 다달은 그곳엔 퇴근 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책을 보는 사람들, 지인들과 스낵을 즐기는 사람들 다양했다. 이런 모습들이 꾸며지지 않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인위적으로 하려고 해도 티가나는 우리네 급급한 삶과는 대조가 많이 됐다. 

퇴근하는 사람들
퇴근 후 일상

그리고 코펜하겐 중심지의 물가는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심지에 이민자들은 많이 없었다. 관광객이자 외지인 입장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시끄럽지 않은 느낌이라 좋았다. 여행지의 필수 조건인 호객행위를 단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코펜하겐 중앙역 근처에는 노숙자들도 있고, 어디서 온줄 모르는 이민자들의 한밤 중 고성방가도 존재한다. 다만 세계적으로도 물가가 비싼 도시의 중심지에는 뭔가 모를 현지인들의 여유가 느껴졌다.

퇴근 후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인 코펜하겐 MZ세대들

코펜하겐은 크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역사와 현대, 그리고 바다와 도시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북유럽 도시였다. 세계적인 해운 강국의 수도답게 항구도시의 정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도시 전체에 스며든 디자인 감성이었다. 덴마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의 본고장답게 식당과 카페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길거리에 감성이 그냥 흘러 넘쳐 흐른다. 도시의 조명부터 작은 소품들까지 세심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냥 도시가 예뻤다. 화려함보다는 편안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북유럽 특유의 감성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쇼룸처럼 느껴졌다.

배를 개조해 수상에 정박한채 살아가는 수상가옥

많은 매력을 가진 나라를 좋은 기회로 인해 방문하게 되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 도시의 분위기 모든게 감명 깊었고 기회가 되면 출장 목적을 제외한 가족들과의 온전한 여행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물가가 살벌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 지출을 감수하더라도 5월 6월의 코펜하겐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아름다웠던 5월의 코펜하겐을 기억하며 세 번째 방문을 기리면서 두서 없이 마무리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