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아님]
굶즈린 배를 욺켜쥐고 정자동 어딘가를 거닐다 갑자기 눈에 띈 간판 이름하여 '명희원' 레트로 인테리어를 한 건지 원래부터 굉장히 오래된 집인지 순간 헷갈리기도 했고 '굴탕면 개시' 라는 말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뭔가 중국 같기도 홍콩 같기도 대만 같기도 한 실내 인테리어와 민트색 페인트로 범벅된 벽과 진한 우드색 테이블들이 왠지모르게 잘 어울린다. 앙증맞은 '명희원' 한자 간판까지.
'굴탕면'을 주 문하고는 이내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춘장이 서빙된다. 나는 두꺼운 단무지 보다 얇은 단무지가 좋다. 두 세개씩 집어먹어야 하는 수요에 대응하는 젓가락은 바쁘지만 요리조리 얇아서 씹히는게 맛있다.
그러고 서빙된 '굴탕면' 비주얼을 보자.
양파, 청경채, 당근, 애호박, 빨간 고추 야채 무리들은 적당한 익힘을 가진채 텍스쳐를 유지하고 있고, 칵테일 새우, 굴, 바지락, 대왕 오징어 그리고 정체 모를 작은 꼴뚜기 다리까지 해산물 무리들은 탱탱함을 유지한채 뒤섞여 있다.
한 눈에 봐도 각 재료들이 너무나도 신선해 보인다. 음식에 거짓이 없어 보인다. '나 시원한 굴탕면이오.' 하는 것 처럼 각 재료들의 어울림이 눈에 보인다. 먹어보자.
굴은 보는 것 처럼 탱글함을 유지하고 있고 신선하다. 그리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터지고 달기까지 하네? 무엇보다 놀라왔던 건 일반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을 때 흔히 사용되는 해물 냉동 믹스를 먹으면 특유의 냉동 얼음 맛이라고 해야하나? 오래된 냉장고 특유의 향이 있는데 이 집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해동을 잘한 것인지 재료 보관 방법이 다른 건지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식감과 맛이다.
면은 퍼지지 않았고, 적당한 씹힘이 있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면 굵기와 익힘이었다. 자칫하면 면과 국물이 따로 놀 수 있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고 젓가락으로 면을 휘감으면 국물이 이내 딸려들어온다. 국물. 이 국물이 진국이다.
육수를 끓여놓다 보면 간이 쎄질 수 있는데, 이 집은 어떤 정량적 방법을 쓰길래 간이 일정하고 맛이 있을까? 정말 이마가 탁 쳐지는 기본기의 맛이 깊다. 아주 깊다.
바지락도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껍데기에서 떨어져 나온 애들이 몇 없다. 그리고 야채들 특히 양파가 너무 아삭거리고 특유의 단 맛이 있어 끊임없이 씹게 된다. 단무지와 양파 춘장 콤비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담백하니 맛이 있다.
정말 간만에 음식 다운 음식을 먹은 기분이다. 지나가다 발견해서 우연찮게 들어간 집 치고는 너무 극극극상타치 중국집을 발견했다. 네이버에 쳐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는 집인 듯 하다. 사장님의 내공과 기본기 그리고 직원분들의 친절함들이 잘 섞여 하나의 공연이 되는 집이다.
다음에는 요리 하나 시켜놓고 소맥을 먹어 보고 싶다.
'굴탕면' 13,000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음식 한 끼 그 이상의 위로를 받은 것 같아 매우 매우 흡족하다.
'명희원' 앞으로 더더더더더더 흥하길.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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